안 종 화
하늘 싣고 고요히 흐르는 시내 !
세상에 많고 많은 싯구 중에서 이보다 더 예술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촌철살인하는 압권이라고 생각한다.
소월의 스승 김안서가 지은 시 <가을국화>를 김성태가 작곡하여
소프라노 남덕우가 멋들어지게 불러서
더욱 우리에게 친근한 구절이다.
이어서 산들산들 기슭을 스치는 바람 등으로 가다가
너울너울 풀밭을 도는 흰나비
한들한들 바람에 넘노는 국화로 끝내는
노랫말이 아름답긴 해도 의미로 봐서는 처음 구절 외에는 몽땅 사족이다.
그러니까 다 필요 없고 이 한 구절만 딱 있으면 된다.
예를들어서 계곡을 소재로 한 풍경 사진을 찍는다고 하자.
계곡을 아무리 열심히 공들여 찍어도 어디엔가 하늘이 사알짝
드러나지 않는다면 완성도가 채워지지 않는다.
아주 드물게 계곡 내에서도 하늘같은 이미지를 붙잡아 낼 수는 있지만
확률이 거의 희박하다.
이끼 계곡의 사진들을 무수히 보고 느꼈던 바
계곡물과 바위와 이끼 그리고 계절에 피는 꽃들이
더러 어여쁘게 있다 하여도
하늘이 들어가지 않은 사진은 완성도 면에서
대다수가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화각 넓은 광각렌즈로 시점을 낮추어서
하늘이 조금이라도 나오게 하여 ISO노출감도는 200이하로
설정하고 PL필터 등을 장착 후
삼각대로 카메라를 고정한 채 15분의 1초 이상의 긴 노출로
단계적으로 촬영한 경우가 성공 확률이 높았다.
만약에 촬영포지션이 여의치않으면 두 장 또는 넉 장의 슛으로
파노라마 합성을 만들면 더 나은 결과물이 나왔었다.
하늘 없이 계곡만 만 장을 찍었다 하자.
하늘 넣고 찍은 계곡 사진 한 장이 그 만 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
그러하므로 만 장을 열심히 막찍기보다는
생각을 가지고 한 장을 야무지게 찍는 것이 더 낫다.
우리가 세상에서 관계없이 뚝 떨어진 혼자가 아니듯이
계곡 또한 그 자체만으로는 평소 우리 마음 속에 펼쳐지는
관계에 대한 생각을 금방 이끌어내지 못하므로
싱크로나이즈 감동을 줄 수가 없다.
계곡에다 하늘이 매칭이 되어 있어야
산물이 흘러내려 눈 앞에 시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고
바다에 이르러면서 다시 구름으로 떠올라
저어기 하늘에 흘러가다 비되어 다시금 떨어지는 현상들에서 피드백의 본질을
느끼게 하는 단초가 된다는 것.
그리하여 완성도가 있다는 것은
오래 가는 생명력이 있다는 것이고
세월 속에 살아 남는 작품들의 통상 확률 5%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의 로테이션이
항상 뇌리 속에 오매불망 녹아 있어야지
더러 생겼다가 문득 사라지고 하여서는
일관된 예술세계를 이룰 수가 없다.
<하늘 싣고 고요히 흐르는 시내>처럼
연연히 마음의 고향이 느껴지는 사진이 되지않고서는
결코 살아 남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