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로버트 킨 케이드처럼
영락없이 떠돌이 작가가 되었구나. 그참!
하동 위 형제봉 가는 중간에
부춘 마을 어데쯤 들렀을 때였다.
짚차에서 내려 하아얀 매화나무를
햇빛 계곡 속에 어떻게 매치 시켜 보나 하면서
왼손을 모자 챙처럼 들이 대고
쳐다 보면서 고민하고 있는데,
어어! 몸이 갑자기 휘둘린다.
놀래서 돌아 보니 진돗개 닮은 누렁이 한 놈이
내 바지 자락을 뱅뱅 돌며 마구 치대고 있다.
힘이 만만찮아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 하였다.
"내가 좋다는 말인가. 인간이 기리운 건가..."
나쁜 사람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몸짓같다.
내 아랫도리께 냄새 맡으면서 코를 킁킁거리다가
설레설레 꼬리를 흔들면서 맴돌고 있다.
"응! 사진 찍으러 왔거든..."
물끄러미 쳐다보는 누렁이 표정이
적어도 적의는 없다.
오히려 친하자고 자꾸 부빈다.
아마도 얼굴 모르는 누군가가
잘 대해 주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뭐 먹을 거 하나 없는지
궁금해 하는 지도 모른다.
여하튼 밉지는 않다.
도시락 싸며 은박지 한 주먹만큼
쇠고기를 구워 왔다는 생각이 났지만,
초면에 그건 너무 고급이다.
해서 후식용 사과 한 알을 꺼내어
반으로 쪼갰다.
한꺼번에 줄까 하다가
먹을 줄 아는 지 몰라서
또 반으로 쪼개선
손에 그 하나 건네 보았다.
입에 물고 마당 저 안 쪽으로 들어 간다.
손에 쥔 나머지를 보고 있다가 이름도 모르면서
"누렁아아 ~ ! "
불러도 오지를 않는다. 오래된 기억을 살려
"쬬쬬쬬쬬..."
몇 번 정도 혀를 차고 있으려니까
눈치는 빨라
와서 마저 다 물고 들어간다.
예기치 않게 온기라 할까 생명력이라 할까.
무언가가 한참동안 머물다 간다.
계곡 아래로 내려가 몇 컷 찍고서는, 계속 올라 가다
형제봉 못 가 왼편 쌍계사 계곡 쪽 산길로 차를 몰고 가다가,
발 아래 어슴푸레한 산기슭 마을과 눈 앞에
아름드리 나무들을 프레이밍 해 보면서.
"누구였을까......?"
지금 눈 앞에 모든 형상이,
얽혀져 있는 인연 아님이 없다는데~
옛날 고려시대 쯤 내 그의 사과를
뺏들어 먹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무조건 순덩이는 아니었던 게,
머얼리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갑자기 크게 왕왕 그 쪽을 보고 짖어 대기도 했었으니.
그러다가도 다시 처음 보는 나한테는
올려다 보며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귀여운 것 !! "
보통은 낯선 동네에 가면 사람 보고
개들이 집 안에 묶인 채로 사납게 짖어 댄다.
어떤 때는 갑작스럽게 기습 받아 간 떨어지게 놀라선,
우뢰 소리 험한 인상에 도망 치듯 피한 적도 있었다.
한참 가다가, "지랄 안 하나? ! ...
아 떨어질 뻔 했다 아이가 ! "
비 맞은 중처럼 혼자 궁시렁거리며
걸어가고는 했었다. 가슴을 쓸어 내리면서.
지리산 누렁이 !
우연처럼 만났지만,
없었던 것보다 훨씬 나았다.
처음엔 징한 짐승이었지만,
오랜 동안 따뜻했으니...